실패와 포기의 연속, 열정은 소모품

2025. 4. 17. 17:27게임 개발 공부 기록/게임을 만들고 싶은 이유

영화 속, 소설 속 주인공들이 사무치게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들의 뛰어난 외모도 천부적인 재능도 아닌 수많은 상상 속의 인물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언제나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굳건함이 그토록 가지고 싶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바로는 열정이나 의지력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도구라기보다 금방 다 써버리고 마는, 그래서 언제나 부족한 소모품에 더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에.

나는 한 번 불 붙은 마음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다.

 

2년 전 프론트엔드 부트캠프를 시작하면서 처음 썼던 블로그 글의 일부입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다 똑같다고도 할 수 있는 내용이지요. 어떤 일이든 어렵고 힘든 순간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다들 참고 견디면서 꾸준히 노력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유난히도 남들보다 이 부분이 더 약한 것 같았어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고 점수에 맞춰 적당히 입학한 대학교는 졸업이 순탄치 않았어요. 유행처럼 입소문을 타고 부는 코딩 바람과 주변의 개발자 친구를 보고 입문하게 된 프론트엔드 개발자 부트캠프 역시 과정을 따라가기 버거웠습니다. 겨우겨우 과정을 수료했지만 이미 계속 공부를 이어나갈 힘을 잃은 상태였고 당연히 관련 업계에 취업할 수도 없었지요.

 

되돌아보면 참 무엇 하나 끝까지 이루어내지 못하는게 한심했습니다. 잘하는 거라고는 그저 노는 것 뿐이었지요. 어렸을 때부터 노는 것에 대한 체력은 참 좋았던 기억이 많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놀이공원 개장 시간부터 어두컴컴한 밤까지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었고, 게임을 정말 많이 했던 고등학교~대학교 때 역시 한 번 시작하면 5-6시간 동안 매진하는 것도 일쑤였지요.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셔도 아쉬운 마음에 새벽까지 놀거나 첫차를 타자! 라고 얘기한 적도 많았어요.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도파민 중독자'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저도 이런 제 성향을 잘 알고 있어서 담배나 술, 도박처럼 쉽게 중독될 것 같은 것들은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었죠.(근데 술은 별로 맛있지는 않아서 절대 중독 안 될거 같네요)

 

이렇다 할 성취도 없이 나이만 먹어가는데,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방황만 하는걸까 생각할 때면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나는 정말 놀기만 좋아하는 무쓸모 인간인걸까 읊조리면서 자조하던 와중에 어떤 회사의 "게임 업계 취업하자!"라는 광고를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눌러서 광고의 내용을 쭉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죠.

내가 진짜 정말 미친듯이 좋아하는게 게임이긴 한데

 

사실 옛날부터 게임 업계 취업은 의식적으로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취미로 게임을 좋아하는 것과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확고했고,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회사에서 일할래"라는 흐름은 너무 1차원적이고 위험한 생각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패를 거듭해 온 제 삶의 흐름을 가만히 살펴보면, 언제나 문제의 발단에는 하기 싫은 일을 하려고 나 자신을 억지로 누르다가 힘을 다 써버린 후 포기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를 굳이 외면하려고 하는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이 때부터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게임 업계에 취업한다는게 회사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는게 절대 아니니까 말이죠.